[교수신문] 평생 약 먹는 궤양성대장염…‘장내 미생물 이식’으로 막는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① 염증성 장질환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첫 번째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고홍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분변미생물이식센터장)·이동우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와 포스트바이오틱스 제조사 베름이다.

 

희귀 난치질환인 궤양성대장염(ulcerative colitis)은 대장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신생아 시기부터 발병이 가능하다. 이 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평생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 억제 즉, 관해(寬解)를 유지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 혈변 등으로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며 염증이 심할 경우에는 대량 출혈이나 장천공으로 이어져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궤양성대장염은 선진국에서 발생률이 높아 서구화된 식생활과 고도의 산업화, 환경 호르몬 등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염증조절제·면역억제제·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하여 관해를 유도하지만 장기간 약물 사용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과 약물 반응 소실 등으로 인해 염증 악화와 대장암 발생으로 이어지게 됨에 따라 대장암 발생을 막기 위해 예방적 전대장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장벽 염증, 그리고 면역체계의 교란이 질병의 발생과 진행의 주 요인들로 파악되고 있다. 그중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가장 핵심적인 질병 악화요인으로서 파악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병적 불균형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킴으로써 일부의 관해 효과를 유도한 많은 연구 보고와 인체 친화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자체 성질 등을 근거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나 유산균 등의 효과와 이에 관련된 건강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장내에 미생물은 인간의 체세포 수보다 많이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은 질병의 발생, 진행, 호전과 악화 그리고 재발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종류와 개체 수조차도 현재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장내 미생물 상호간의 작용, 그에 따른 대사물질 등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 치료제 개발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전방위적으로 전 세계에서 선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경향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지만, 치료제로서의 개발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임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세계 최초로 난치성 위막성대장염 치료제로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된 치료제 2건을 승인했다. 위막성대장염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장에 궤양·위막·점액삼출·출혈 등을 일으킨다. 주된 원인균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로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난치성 위막성대장염 치료제 승인

그러나 일부의 환자에서는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재발을 반복하게 돼 치료에 어려움이 생긴다. 환자는 반복되는 염증으로 인해 장절제 수술까지 받게 된다. 과거 이와 같은 항생제 치료 불응성 위막성대장염 환자를 위해 분변 미생물 이식이 신의료기술로서 승인돼 임상현장에서 치료방법으로 활용돼 왔다.

FMT(장내 미생물 이식)은 건강한 정상인의 대변을 받아 고형물을 제거하고 장내 미생물로 이루어진 이식용액을 특수 제작해 환자의 장내로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이식용액에는 건강한 정상인의 장내 미생물들과 이들의 대사산물이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을 진행할 경우 정상상태로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은 전환효과를 활용해 위막성대장염 환자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을 억제하기 위해 투여하게 되며 현재까지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변 미생물 이식은 정확한 기전을 모르는 상태에서 치료 효과를 기대하며 대량 투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식에 관련된 부작용이나 감염, 질병 악화 등의 위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FDA에서 승인된 2개의 치료제는 건강한 정상인의 장내 미생물을 분리 배양해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위막성대장염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미생물들을 다수 선별해 혼합해서 만든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 제제이다. 기존의 분변 미생물 이식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동일한 치료 효과를 유도한 치료제이며 현재까지 기존 분변 미생물 이식과 유사한 완치율을 보이고 있어 향후 위막성대장염 치료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판단된다.

반응군·비반응군 대조로 효과적 미생물 선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헬스 마이크로바이옴 분변미생물이식 기반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유래 궤양성대장염 치료기술 개발’ 1세부 과제의 1차 목표는 다음과 같다.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정상인의 대변에서 고형물을 제거하고 장내 미생물과 대사물질로 이루어진 이식용액을 제작하여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통해 직접 주입하는 분변 미생물 이식을 시행해 반응군과 비반응군을 선별한 후, 두 군 간의 차이를 통해 효과를 보이는 장내 미생물들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컨소시엄을 제작하고, 치료제로 발전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진행하는 연구이다.

미 FDA에서 승인된 위막성대장염 치료제처럼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개발 중인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치료법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로써 환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과제의 의의로 가지고 있다.

고홍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분변미생물이식센터장)
이동우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